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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자 / kcti
kcti1130@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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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09 14: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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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월11일자 가톨릭신문 보도내용
[발터 카스퍼 추기경 - 심상태 몬시뇰 대담] 신학으로 전망하는 새로운 미래 - 세계 석학의 만남복음화는 복음선포에 머물지 않고 증거·생활하는 것
평신도 전문 식견 경청·활용하는 구조 절실히 요청
발행일 : 2012-11-11 [제2819호, 10면]
현재 가톨릭교회는 유럽 중심에서 벗어나 각 지역교회가 다양한 역할의 구심점으로 변화하는 전환점에 서 있다. 게다가 그리스도교 전통의 뿌리인 유럽교회는 이미 새로운 복음화가 가장 절박하게 요청되는 지역으로 대두됐다. 유럽교회가 먼저 겪었던 세속화의 경향을 비롯해 신심생활 약화, 정의와 윤리문제 등에 대한 상대주의적 입장, 종교 다원주의 등에 젖어가는 그리스도인들의 모습은 이제 전 세계 교회에서 비슷하게 드러나는 것도 현실이다. 따라서 ‘새로운 복음화’를 위해서는 최근 가톨릭교회가 처한 상황과 정체성, 특히 한국교회의 현실과 과제를 객관적으로 짚어보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는 노력이 지속돼야 한다.

가톨릭신문은 ‘신앙의 해’를 보내며 ‘새로운 복음화’를 향해 나아가는 노력의 하나로, 세계 가톨릭 신학계의 정상급 학자로 꼽히는 발터 카스퍼 추기경과 심상태 몬시뇰의 대담을 통해 새로운 복음화의 길을 신학적으로 짚어보는 장을 마련했다.

가톨릭신문이 단독으로 기획, 보도하는 두 석학의 대담은 10월 21일 경기도 화성시 봉담읍에 위치한 천주섭리수녀원에서 진행됐다. 발터 카스퍼 추기경은 이에 앞서 한국순교복자성직수도회 설립 60주년 기념 국제심포지엄과 수원가톨릭대학교 명예박사 학위수여식 등의 일정을 소화한 바 있다.

카스퍼 추기경은 이번 방한 중에 한국교회의 고유한 신학사상에 특별한 관심을 표명, 한국교회의 토착화와 관련된 신학적 연구 활동을 지속하는 한국그리스도사상연구소와 심상태 몬시뇰의 활동 등을 자신이 운영하는 연구소를 통해 세계 각국 교회에 널리 알리는데 힘쓰겠다는 뜻도 밝혔다. 또한 카스퍼 추기경은 “아시아 신학자들은 아시아의 오랜 지혜를 바탕으로 보편적이고 우주적인 그리스도론을 전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교회를 지혜의 집으로 이해하도록 가르칠 수 있다”며 아시아 신학자들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발터 카스퍼 추기경
▲ 심상태 몬시뇰

▷ 발터 카스퍼 추기경(이하 카스퍼 추기경) : 무엇보다 저는 이번 방한을 통해 한국에서 생동하는 젊은 교회의 모습을 체험할 수 있어 기뻤습니다. 한국 순교자들의 신심이 생생히 이어져 맺어진 풍성한 결실임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지요. 이는 유럽교회가 배워야할 대표적인 면모가 아닌가 합니다. 또한 한국은, 아시아의 오랜 전통에 젖어 있고 과학기술적으로도 매우 발전된 나라에서도 복음의 씨앗이 잘 자랄 수 있음을 보여주는 모범입니다. 이 때문에 저는 한국교회가 아시아 복음화를 위해 주요한 역할을 담당할 것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중국이 개방되면 그 복음화의 과업은 한국교회가 주도하게 될 것입니다.

▶ 심상태 몬시뇰(이하 심 몬시뇰) : 추기경님께서 방한 중 특별강연 등을 통해 한국교회 구성원들에게, 세계 차원에서 주요 내용으로 인정받아야할 가톨릭 진리의 보편적이면서도 미래지향적인 방향을 분명하게 일깨워주심에 감사드립니다.

우선 세계교회가 실현 중인 ‘신앙의 해’의 의미에 대해 의견을 듣고자 합니다. 사실 저는 ‘신앙의 해’ 선포와 관련해 “무엇인가가 빠져있는 것 같다”는 일말의 아쉬움을 느낍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나 2000년 대희년 전후로 반포된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여러 문헌과 발언 등에는 복음화 과업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자기 쇄신이 필요하다는 입장이 담겨 있었지요. 하지만 ‘신앙의 해’ 기념 취지가 실린 교황 베네딕토 16세의 자의 교서 ‘믿음의 문’에서나 ‘새로운 복음화’를 주제로 한 세계주교대의원회(주교 시노드)의 문헌과 관련된 공식 발언 등에서는 현재 서구교회 상황과 관련해 자기 반성의 자세가 읽혀지지 않습니다. 서구교회에서는 교회 이탈자 증가와 젊은 세대 감소, 수도 및 성직 성소 격감 등과 함께 쇠락 현상이 여실이 드러남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반면 오늘날 세속주의나 상대주의가 세계 도처에 만연한 것과 관련해 교회는 아무런 탓이 없다는 자세, 문제를 외부에서만 바라보고 책임도 외부로만 미루는 것 같은 자세를 볼 수 있습니다. ‘시대적 징표’를 파악해 그 요청에 상응하는 노력을 자기 쇄신의 자세로 이루려했던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이어진 자기반성의 분위기가 감지되지 않는 것 같아 아쉬움이 있는 것입니다.

▷ 카스퍼 추기경 : 복음화란 복음을 선포하는데 머물지 않고 이를 증거하며 생활하는 것입니다. 이 복음화는 참회로의 불림이기도 합니다. 교회가 세상에 존재하는 한 그리스도인들 역시 이 세상 안에서 생활하는 죄인들이기에 거듭 회개하고 보속하면서 정화하도록 불리고 있습니다.

새 복음화는 각 교회가 처한 상황에 따라 이뤄져야 할 것입니다. 특히 서구 사회에서는 사람들이 신앙이나 하느님에 대한 물음, 종교 일반을 공공 영역으로부터 몰아내고 사적인 사안으로 국한시키려고 합니다. 바로 세속화인 것이지요. 그래서 각자 자기가 원하는 대로 사는 것이 대수롭지 않은 문제로 인식됩니다. 교회가 공공 영역에서 밀려나자 개별 신자들에게 신앙은 힘든 짐이 되기도 했고 크게 약화되기도 했습니다.

주교 시노드는 이렇게 신앙이 약화된 상황 안에서 새로운 시작을 도모하고자 마련된 장이지요. 이 새로운 시작은 많은 문제를 드러낸 서구교회뿐 아니라 젊은 교회에 해당되기도 합니다. 새로운 복음화란 하느님의 새로움이 분명하게 드러나는 것을 뜻하기 때문입니다. 이는 그리스도인으로서의 삶과 행위를 통해 하느님을 ‘흥미롭게’ 만듦으로써 이뤄질 수 있습니다. 물론 사람이 하느님을 이러저러하게 ‘만든다’라는 말은 그 자체로는 모순이 있습니다. 하지만 우린 도구로서 이를 행하도록 불림을 받고 요청을 받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순교’라는 말의 원래 의미대로, 하느님의 뜻대로 살고 필요하면 죽음으로써 증거하는 것도 진지하게 감수하는 것을 뜻합니다.

▶ 심 몬시뇰 : ‘신앙의 해’는 제2차 바티칸공의회 개막 50주년과도 맞물려 있는데요. 오늘날 교회는 지난 공의회의 정신과 가르침을 전정으로 생활화하고 있기 않기 때문에, 공의회의 모든 가르침은 지금도 교회 활성화를 위해서는 여전히 유효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저는 공의회 정신과 가르침이 이 교회 안에서 온전히 실현될 수 있을 지 의구심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저는 공의회의 가르침이 보편교회의 미래를 위해 여전히 필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전적으로 충분하다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지난 공의회과 교회 내적이고 외적인 모든 중요한 주제들, 이를테면 보편교회와 지역교회들 간의 관계, 주교 선임 양식, 사제 부족, 성직자와 평신도 사도직, 21세기 내지 제삼천년기 안에서 교회의 정체성 정립과 교회 일치, 그리고 다른 종교 내지 이념들과의 대화와 협력 등의 주제들은 충분히 취급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또 다른 여러 근거들을 고려해 저는 새로운 보편 공의회가 필요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 카스퍼 추기경 : 지난 공의회는 우리에게 매우 풍요로운 결실을 남겨주었습니다. 먼저 전례의 쇄신입니다. 또 말씀을 증거하는 교회의 성서적 영성 정립, 교회를 기존 울타리를 넘어 ‘익명적 양식으로’ 존재하는 것으로 이해하고, 세계 안에서 존재하며 가난한 사람들의 슬픔과 번뇌를 나누는 인간과 연대적 교회를 제시한 것 등은 공의회가 선사해준 매우 중요한 통찰입니다.

공의회의 실현에 관해 신학적으로 이야기하자면, ‘공의회의 수용’에는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지금까지 열렸던 모든 공의회에서 볼 수 있듯, 공의회 이후 50년간 이어온 해석과 수용의 시간은 인간적인 기준에서는 길지만, 교회역사적으로 보자면 짧은 기간입니다. 특히 신부님께서는 앞으로 더 실현돼야할 몇 가지 중요한 주제들을 언급하셨는데요. 교회는 보편적 교회일 뿐 아니라 각 현지에 존재하는 지역교회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지역교회와 보편교회와의 관계는 더욱 깊이 논의돼야할 주제입니다. 평신도의 의미에 대해서도 보다 깊이있는 숙고가 필요합니다.

물론 지난 50년간 세계의 상황은 모든 분야에서 큰 변화를 겪어왔지요. 이 사안들은 새 공의회가 취급해야할 것입니다. 하지만 각종 사안을 적절하게 다루기 위해서는 충실한 준비를 위한 상당 기간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게다가 지역적으로 다양성의 편차가 큰 현실에서, 이러한 모든 상황을 포괄하는 보편적 입장이 ‘획일성’ 양식으로 정립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봅니다.

이번 방한을 기회로, 저는 서구 신학의 일반적 성격과 구별되면서 보완이 가능한 아시아 내지 한국 신학의 고유한 특성이 무엇인지 신부님의 의견을 듣고 싶었습니다.

▶ 심 몬시뇰 : 가톨릭교회는 과거 특정 시기에 교의로 정식화된 특정 명제를 하느님의 영원한 구원 진리로서 믿음으로 받아들일 것을 신자들에게 요청하고 있습니다. 이에 비해 아시아인 내지 한국인의 일반적 정서는 궁극적 진리, 곧 신적 진리는 합리적 사고에 입각하여 정식화된 객관 진리로 전달되기 보다는, 어딘가에서 예기치 않은 순간에게 홀연 발생하면서 이에 사로잡힌 사람들에게서 체험적으로 증언이 이루어지는, 언어로 정확히 표현할 수 없는 외경(畏敬)을 자아내는 초인적이고 초세상적인 신비적 사건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그래서 지성에 의거해 교의 정식(定式) 안에 담겨진 진리로 제시되는 하느님과 그리스도보다는, 구체적 삶의 현장에서 발생하는 생생한 현존과 활동을 통해서 마음 안에서 말씀하시는 하느님과 그리스도에 정초한 아시아 내지 한국적인 신학적 입장 정립이 요청됩니다.

또한 동 아시아에서는 일상적이거나 신앙적 생활에서 ‘백 번 듣느니, 한 번 보느니만 못하다’는 격언이 말하듯이, 보는 ‘눈’이 듣는 ‘귀’보다 결정적으로 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지성적 이론이나 법적 규정 양식으로 제시되는 하느님의 진리에 대한 ‘가르침’보다 하느님을 생생하게 발생하는 구체적 사건을 통해 체험토록 하는 ‘증거’에 의해 더 많이 움직이고 신뢰하게 됩니다.

그리스도교회가 동 아시아 종교 문화 풍토의 이러한 통합적이고 포용적 모성적 특성을 수렴할 때에 구원의 진리를 추구하는 사람들을 자애로운 신적 분위기 안으로 보다 쉽게 초대함으로써 소외된 현실 세계 안에서 구원을 갈구해 마지않는 그들을 따뜻하게 감싸주시는 하느님과의 친교에 기꺼이 임하게 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 카스퍼 추기경 : 특히 저는 초기 한국교회 평신도들의 모습에서 큰 감명을 받았습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도 평신도의 품위와 의미, 즉 성직자들과 함께 참여하는 세례 받은 모든 신자들의 공통 사제직을 다시 한 번 부각시켰습니다. 하지만 오늘날 한국교회 안에서 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교회에서도 평신도의 의미는 제대로 구현되지 않고 있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성직주의가 다시 위세를 떨치기에 이르렀습니다.

평신도들은 먼저 세상 안에서 직무를 수행해야 할 고유한 과업을 지닙니다. 오늘날 세계는 매우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어서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데, 평신도들은 바로 이러한 역할을 하는 전문가들입니다. 성직자들은 전혀 감당할 수 없는 일이기도 하지요. 평신도들은 자신들의 학문적 지식과 전문성, 처리 능력을 보유하면서 세상 안에서 사제직을 수행하는 과업을 지닙니다. 성직자들은 사회 전문성과 관련된 사안을 처리함에 있어서 평신도들의 전문 식견을 경청하면서, 이들이 그들의 사회적 전문성을 교회 생활 안에서도 적절히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과정과 결정이 이른바 ‘민주적 방식’으로 이뤄짐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교회는 ‘민주적 사회’가 아닙니다. 하지만 우리는 오늘날 ‘교회의 시노드적 구조’를 하느님 백성으로서의 교회 안에서 재평가하고 실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사도행전에서 사도들이 예루살렘 회중들과 함께 문제를 검토하고 결정을 내린 사례를 통해 ‘교회의 시노드적 구조’의 좋은 모델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지금도 지도자들이 교회 주요 사안들에 관해 평신도들 자문을 폭넓게 받으면서 공동으로 논의하고 검토하며, 기도하고 결정을 내리는 구조가 교회 안에서 충분한 토론을 거쳐 정착되는 것이 절박하게 요청됩니다.

▶ 심 몬시뇰 : 네, 추기경님께서 말씀하신 ‘그리스도 교회의 시노드적 구조’는 거의 전 세계교회를 위해 이상적일 것입니다.

서구교회에서 교회 영향력이 약화된 주된 원인은 바로 교회의 시노드적 구조를 실현하려는 노력이 부족했을 뿐 아니라 성직중심적인 교회 구조가 오랜 세월 고착화돼 마침내 평신도들이 교회를 등지고 떠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봅니다. 하지만 저는 공의회 이후 유학 차 서유럽에 체류하면서 여러 지역교회에서 실현하는 구조의 쇄신 노력을 볼 수 있었습니다. 성직자들뿐만 아니라 평신도들이 주님 안에서 형제·자매들로서 공동으로 생활하고 교회적 삶을 규정하고 있었습니다. 시노드적 구조를 실현하는 참 모습이었지요.

반면 한국교회는 이러한 형식의 시노드적 구조를 제대로 알지 못합니다. 한국 평신도들은 이 교회의 설립자들이었으며, 박해에도 불구하고 외부로부터의 어떠한 도움이나 지원을 받지 않고 교회에 대한 책임을 졌으며, 이 전통은 오늘날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한국교회 어디에서나 하느님 나라를 건설하는 데에서 적극적인 평신도들을 만날 수 있는데요. 이따금 저는 이토록 교회를 위해 헌신하는 신자들을 보고 가련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고, 지금과는 전적으로 다른 처지에 대한 동경을 하염없이 품게 됩니다. 저들이 헌신적으로 투신하는 동안에 교회 당국의 위로나 내적 지원을 받을 수 있기를 희망했습니다 그들은 늘 봉사에 대한 요청을 들으면서도 인정받지는 못하고 있습니다.

아주 오랫동안 헌신적 봉사를 실현해온 대다수 평신도들은 인정과 격려에 굶주리고 있습니다. 저는 이들에 대한 공식적 인정과 격려가 너무 늦게 베풀어지지 않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들의 인내가 한계에 이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카스퍼 추기경 : 평신도들의 역할과 공로를 인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요소입니다. 한국에서 평신도들이 교회를 세우고 박해로 말미암아 순교하며 교회를 이끌어 간지 50년 뒤에야 서구 선교사들이 도착하여 사목을 담당했었다는 사실은 성직자 없이도 오랜 세월 동안 존재하였다는 점에서 매우 주목할 만한 현상이지요. 또한 성직자들이 날로 줄어드는 우리 서구 교회를 위해서도 커다란 희망이 됩니다.

제가 한국교회의 실정을 잘 모르는 처지에서 입장 표명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을 수 있지만, 무엇인가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또한 직무를 담당하는 것 이상으로 중요한 것은 평신도들의 헌신적 삶입니다. 서구교회에서도 헌신적으로 봉사하는 여성 평신도들이 없다면, 서유럽의 어떤 교회라도 문을 닫아야할 지경입니다.

평신도들의 영감을 고취하고 격려하며, 정신적으로 동기를 갖게 하며 마침내 인정해주는 공적 발언을 하는 것이 주교나 본당 신부와 같은 지도층의 과업이라고 생각합니다.

▶ 심 몬시뇰 : 더욱이 한국교회 신학 교수들의 학문적 여건은 서유럽 신학 교수의 여건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열악합니다. 단지 일부 개별 성직자들과 수도 공동체, 그리고 소수의 평신도들이 제공하는 자유로운 후원금으로 연구 활동을 이어갈 뿐입니다. 그리고 놀라실지 모르겠으나, 저는 오랫동안 연구자와 교수로서의 활동 분야에 머물러온 예외적인 사례에 해당합니다. 한국교회에서 대다수 교수들의 활동 시기는 상대적으로 매우 짧습니다. 그래서 신학 풍토 안에서 어떤 독창적 신학 작품을 세계 신학계에 보여주기란 힘들기 그지없는 일입니다. 게다가 교수들의 활동은 독자성을 확보 받지 못하고 몇 년간 교직에 종사하다 다른 직무로 이동해야 하는 처지에 있습니다. 때론 주교님들은 영주처럼 처신하시고, 교수진들은 시종처럼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러한 교수 환경 안에서 심도 있는 신학 활동은 기대하기 힘들겠습니다.

외부적으로, 한국교회는 괄목할만한 성장을 이룩하는 역동적 교회로 비쳐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 교회는 내적으로, 신학적으로 빈곤하기 그지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우리 신학계가 얼마나 보잘 것 없는지를 제대로 알지 못할 정도입니다.

▷ 카스퍼 추기경 : 국외자로서 한국 신학계의 현실에 대해 어떤 입장을 표명하기란 조심스러운 일입니다. 하지만 안정적으로 교수 활동에 전념할 수 있도록 교수진을 위한 규정과 학자로서의 자유로운 신분이 보장되는 조치가 취해지는 일도 고려해 볼만하다고 생각합니다.

오늘날 서구 신학 역시 그리 위대한 수준에 있지 못합니다. 제2차 바티칸공의회 개최 당시에 활동했던 독일어권 칼 라너, 한스 우르스 폰 발타사르나 라칭거, 또는 프랑스의 드 뤼박이나 꽁가르와 같은 위대한 신학자들과 같은 수준의 신학자들을 찾기란 힘든 일이 되었습니다. 그곳에서도 신학 수준의 침체 상태가 일반적 현상으로 존속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곳 한국교회는 상대적으로 역사가 짧은 젊은 교회이기에, 수준 높은, 온전히 만개한 신학을 기대하는 것은 무리라고 봅니다. 하지만, 나는 이곳에 살아있는 신앙이 이루어지고 있다고 믿습니다. 신앙이 살아 있으면, 신학적 사유 활동도 생겨나기 마련입니다. 믿고 생활하며 실천하면, 또한 이에 대해 숙고하고 명상하며 논증하는 작업 역시 생겨나게 되면서 신학 사상도 서서히 형성될 것입니다. 저는 여기서 신앙에 대한 사랑이 존재함을 보고 있으며, 이에 대한 신학적 사유도 펼쳐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그리고 살아있는 신학으로부터 신앙도 성장할 것입니다. 저는 신부님께서 한국교회 신학계의 예외가 아니라 새로운 시작의 원천이기를 희망하고 기원합니다.

▲ 가톨릭신문이 단독으로 기획, 보도하는 두 석학의 대담은 10월 21일 경기도 화성시 봉담읍에 위치한 천주섭리수녀원에서 진행됐다.

■ 발터 카스퍼 추기경은

발터 카스퍼(Walter Kasper·79)추기경은 교황 베네딕토 16세와 함께 현대 신학의 두 기둥으로 평가받는 세계적인 신학자다. 특히 1979년 그리스도교일치사무국(현 교황청 일치평의회) 자문위원 활동을 시작으로 보편교회의 일치운동의 선구자로 꾸준한 활동을 이어왔다.

독일 뮌스터대와 튀빙겐대, 미국 워싱톤 가톨릭대 교수 등을 거쳐 1989년 독일 로텐부르크-슈투트가르트 교구장 주교로, 2001년에는 추기경으로 서임됐다. 또한 교황청 신앙교리성과 동방교회성, 문화평의회, 교회법평의회 위원 등을 역임했으며, 10여년간 교황청 일치평의회 의장으로 활동한 바 있다. ‘신학과 교회’ 등 다수의 저서를 펴냈으며 유럽학문예술학술원 회원 임명을 비롯해 최고훈장인 보니파시오 훈장 등 각종 훈장을 수여했다.

■ 심상태 몬시뇰은

심상태(요한·72)몬시뇰은 제2차 바티칸공의회 이후 본격화된 지역교회들 안에서의 토착화 작업을 수행하는 대표적인 신학자로 평가받는다. 특히 한국교회가 외적 성장뿐 아니라 세계교회 활성화 등에 기여하기 위한 내적 성숙을 이룰 방안에 대한 연구와 대안 제시를 꾸준히 이어왔다.

가톨릭대와 오스트리아 인스부르크대, 독일 뮌스터대에서 수학, 튀빙겐대에서 신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가톨릭대와 수원가톨릭대 교수 등을 거쳐 현재 한국 그리스도 사상 연구소 소장과 수원가대 명예교수로 활동 중이다. 제2회 한국 가톨릭 학술상을 수상했으며, ‘제삼천년기와 한국교회의 새 복음화’ 등 다수의 저서와 역서, 편저 등을 펴냈다. 미국인명협회는 심 몬시뇰의 세계적 업적을 인정, 그의 이름을 딴 ‘심상태 상 재단’을 설립하기도 했다.



주정아 기자 (stella@catimes.kr)
사진 이지연 기자 (mary@catimes.kr)

평화방송 연구소 학술회의 보도
39차 학술회의 관련 평화신문 보도